자동차 역사를 보면 여성보다는 남성 위주의 시대가 많았다. 하지만 여성의 자동차문화 참여도 꽤 일찍부터 시작됐다. 오늘은 자동차에 있어 여성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말해보려고 한다.

20세기 전반의 자동차 디자인과 문화는 남성이 주도했다. 남성의 세계에서 여성은 존재하지 않았고 성적 불평등만 만들어 냈다. 자동차에서 전통적으로 강조되었던 스피드, 파워 그리고 첨단 엔지니어링은 남성의 자동차세계를 위한 것이다. 여성이 자동차개발과 디자인에 일조를 하기 시작한 것은 최근이다. 20세기 초 미국과 유럽에서 자동차는 상류층을 위한 전유물이었고 자가운전보다는 운전사를 고용했기 때문에 남녀가 자동차 혜택을 동시에 누릴 수 있었다.

하지만 세게 최초 자동차 테스트에 여자가 참여했다. 이는 1886년 고틀리프 다임러가 3륜 가솔린 자동차를 만들었을 때 동네에서 시험 주행을 했는데, 동승한 사람이 그의 부인이다. 당시 사진을 보면 곱게 드레스를 차려 입은 중년 부인이 모자를 쓰고 운전석에 앉아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여성이 공식 테스트 드라이버도 데뷔한 사건이다.

또한, 여성을 자동차로 끌어들이는 계기가 된 것이 전지자동차다. 19세기 말 전기 자동차 발명은 여성에게 활동의 자유를 선사했다. 전기 자동차 메이커들은 깨끗하고 운전이 쉬운 전기자동차로 여성의 관심을 끌어 들이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였고 1910년대까지 런던이나 파리, 뉴욕 거리에서 심심찮게 여인들이 전기 자동차를 운전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자동차 연료로 전기 대신 석유를 사용하면서 시동 걸기와 운전이 어렵게 되자 여성은 점차 자동차에서 밀려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런 여성들을 자동차로 다시 불러 모은게 셀프 스타터의 발명이다. 1911년 미국의 전기 기술자 찰스 케터링이 발명한 전기식 자동시동기는 여성들이 자동차를 운전할 수 있는 편리한 발명품이다. 그럼에도 속도 빠른 가솔린 자동차는 아직 여성을 위한 것은 아니었는데, 일부 여성 자동차 마니아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1910년 초 독일의 예술비평가이며 부호였던 게르트루드 스타인은 당시 유럽에서 몇 안 되는 여성 자동차 마니아였는데, 프랑스 예술가이며 섬유 디자이너였던 그의 애인 소니아 델라우네를 위해 그녀의 코트무늬를 자동차에 페인팅하면서 여성 자동차 시대를 개척했다.

또한, 여성에게 기회가 된 것이 1차 세계대전이다. 1차 세계대전으로 많은 여성들이 자동차를 접하게 됐고, 1920년대와 30년대를 거치면서 여성 운전자가 꾸준히 증가했다. 특히 자동차 구매결정에도 가정에서 여성의 힘이 강해지기 시작했다. 이런 추세는 1950년대까지 지속됐다. 그래서 포드와 GM은 여성 취향을 수용하기 위해 디자인 스튜디오에 많은 여성인력을 고용했다. 1945년 포드는 두 명의 여성디자이너를 고용했고, 1958년 GM은 처음으로 9명의 여성 디자이너를 고용했다. 하지만 그 당시에는 단순 디자인 영역이였다.

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여성이 더 큰 존재로 부각됐다. 일부 업체들은 여성들만이 여성을 위한 자동차를 개발하기도 하고, 실제 국내도 연간 신차 판매량의 40% 정도는 여성의 영향력이 미치는 것으로 분석했다. 이른바 하우스파워가 높아지면서 계약자는 남성이지만 남성에게 어떤 자동차를 사라고 얘기하는 사람이 바로 여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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