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모 새누리당 최고위원이 22일 헬기 추락 사고로 숨진 강원도 소방본부 항공구조대원들의 영결식장에서 웃으며 사진을 찍는 모습이 뉴스 카메라에 잡혀 보도되자마자 삽시간에 여론 비판이 들끓었다. 김 최고위원과 나란히 사진기 앞에서 선 젊은 여성은 손가락으로 ‘V’까지 그려 보였다.

이 보도가 나간 뒤 ‘영결식장에서 웃음 지으며 기념촬영이라니!’, ‘기본 인성교육부터 다시 받아야 한다’, ‘유가족들은 오열하고 있는데 인증샷을 찍다니’, ‘공감능력 결여된 정신질환자’라는 등의 언사들이 줄줄이 쏟아져 나왔다. 김 최고위원은 생생하고 거친 비난의 목소리가 언론을 통해 시끄럽게 울려 퍼지자 뒤미처 수습에 나섰다.

김 최고위원은 ‘헬기 추락으로 순직한 소방공무원들의 영결식장에서 사려 깊지 못한 행동으로 유족들과 고인을 애도하는 분들에게 상처를 준 것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는 내용의 공개사과를 했다. 진심이길 빈다.

‘오늘도 저희 119소방관들은 최고가 되겠습니다.’ 이날 영결한 이은교(31) 소방사가 추락 사고가 발생하기 전 마지막으로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17일 오전 이 소방사를 포함해 소방관 5명이 탄 소방구조 헬기가 광주 도심에 추락해 전원이 변을 당했다. 세월호 현장에서 구조․수색 활동을 벌여온 소방관들은 진도 팽목항 주변의 기상 여건이 나빠 강원본부로 복귀하려다 사고를 당했다.

이들이 탄 헬기는 대규모 아파트단지, 중학교, 상가, 공원 등이 있는 인구밀집지역 바로 옆 도로에 떨어졌다. 아파트단지와는 채 20m도 안 되는 가까운 지점이다. 만일 헬기가 학생들이 공부하고 있던 중학교 건물이나 아파트에 떨어졌다고 한다면 대형 참사가 일어날 뻔했다. 추락 당시 동영상을 보면 헬기는 거의 미사일처럼 빠른 속도로 곤두박질치듯 지면과 충돌했다. 그 충격의 여파로 100m나 떨어져 있는 식당 유리창이 산산조각이 났고 날아가는 파편에 화상을 입은 학생도 있다.

그런데 현장 목격자의 증언을 모아보면 조종사가 피해를 최대한 줄이려고 아파트와 학교를 피해 도로변으로 헬기를 유도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추락을 전후한 정황은 관제센터와의 교신기록을 조사하고 블랙박스 정밀 분석이 끝나봐야 알 수 있어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나 ‘끝까지 조종간을 잡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는 목격자의 말로부터 시민의 생명을 지켜내려고 말 그대로 최후의 노력을 경주한 가슴 뜨거운 공무원이 우리 주변에도 있었다는 것을 확인받고 싶은 것인지도 모른다.

세월호 침몰 과정에서 승객은 내버려두고 빠져나오기에 급급했던 세월호 선장과 선원들의 무책임한 모습을 우리는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또 수백 명의 승객을 태우고 서서히 어두운 바다 속으로 빠져 들어가는 세월호 주변을 무정하게 맴돌기만 했던 해경의 납득하기 힘든 행동에 부끄러움을 느끼고 있다. 이와 반대로 이번에 순직한 소방관들의 의로운 행동 앞에서 아련한 비애감마저 느껴진다.

공무원은 우리의 공적 업무를 책임지는 사람이다. 공무보다 사무에 골몰해서 자신이 해야 할 일에 소홀하고 직위를 이용한 이권에만 바쁜 사람이 있다면 공무원이 아니다. 이는 공무원의 업무는 필연적으로 공공의 이익과 결부되어 있어 잘 하면 많은 사람들이 이로움을 누리고 못 하면 몇몇 사람만 이익을 맛보기 때문이다. 이번 두 사건을 놓고 볼 때 누가 더 공무원다운 자격이 있어 공무원의 특권을 누려야 하는지는 말 안 해도 잘 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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