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순천 매실밭에서 발견된 ‘노숙자풍’의 변사체가 세월호 실소유주로 알려지면서 지명수배를 받고 도주 중이던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과 일치한다는 공식 발표가 나왔을 때만 해도 묘하게 긴장감이 풀리는 느낌이었다. 그래 이제 뭐라도 좀 정리가 되겠구나 하는 기대 섞인 안도감이었을 것이다. 사실 국민들도 지지부진한 세월호 침몰 진상규명과 특별법 제정을 둘러싸고 피해자 유족들과 여야 의원들이 수사권을 놓고 상충되는 의견을 좀체로 조율하지 못하는 모습을 연일 지켜보면서 적잖은 피로감을 느끼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 느낌도 잠시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유 전 회장의 시신을 둘러싼 의혹들이 말 그대로 쏟아져 나오면서 혼란스런 절망감이 엄습해왔다. 제기된 의혹들 중에는 단지 유병언 음모론이라고 무시하고 넘겨버릴 수 없는, 합리적 의심에서 제기될 수 있는 것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 중 하나가 SNS를 통해 급속히 퍼져나간 유 전 회장 시신이 찍힌 사진을 둘러싼 의혹이다.

그 사진 속 시신을 보면 뼈가 드러날 정도로 심하게 부패된 상태에서 반듯이 누워 있고 두 다리는 가지런히 쭉 뻗어 있다. 시신 주변의 풀들은 빗질을 한 듯 쓰러져 있어 마치 누군가 자리를 마련해 주기라도 한 것처럼 연출된 느낌을 준다. 왼편을 향하고 있는 머리 아래에는 벙거지 모자가 깔려 있다. 시신이 입고 있는 상하의 단추가 풀어헤쳐져 있다. 신발은 벗겨져 있으며 오른쪽 운동화가 왼쪽 발 옆에 놓여 있다. 이러한 시신의 모습은 경찰이 했던 말과 상당 부분 다르다.

경찰은 발견 당시 유 전 회장이 벙거지를 쓰고 있다고 말했다. 또 두 짝이 가지런히 놓여 있다고 했던 신발도 사진 속에선 흐트러져 있다. 또 사체 발견 부근에는 기르는 개 두 마리가 있다고 한다. 그 개들이 그 시신에서 번져 나오는 냄새를 맡지 못했다는 것도 이상하다는 주장도 있다. 또 경찰은 동원 가능한 인원을 총동원해서 그 지역을 이 잡듯이 수색했다고 한다. 시신이 있던 자리는 사람의 눈길을 피하는 아주 한갓진 장소가 아니었다.

그러나 이보다 더 큰 의혹 주장이 입길을 타고 있다. 이 매실밭 시신이 유 전 회장의 시신이 아니라는 주장이 나온 것이다. 29일 새정치민주연합 박범계 원내대변인은 “경찰 관계자가 보는 자리에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직원이 유병언 시신의 키를 쟀는데 150㎝로 나왔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어 박 대변인은 "국과수는 지난 25일 (시신 길이를) 159㎝대로 발표했다. 키가 안 맞다"고 말했다. 누구 말이 맞는지 참 알 수가 없는 상황인 것이다.

유 전 회장 시신 발견 이후 국민들 상당수는 이런 의문점 한두 가지는 가졌음직하다. 도대체가 유 전 회장은 살아 있는 거야? 죽은 거야? 살아 있다면 국내에 있는 건가? 아니면 해외에서 사태가 진정될 때까지 은신하나? 죽었다면 말야, 그 매실밭 시신이 유 전 회장이 아니라고 한다면 그럼 진짜 시신은 어디에 있을까? 그 사망원인은 뭘까? 자살일까? 타살일까? 만약 자살이라면 기독교복음침례회의 존망 받던 지도자가 자살했단 말인가? 자연사라면 무슨 이유로 죽었을까? 타살이라면 누가 무엇 때문에 죽였을까? 등등 뱀 꼬리 물듯 이어져 나오는 의혹들이 주위에 낙엽처럼 우수수 떨어져 쌓이는 느낌이 드는 상황이다.

따라서 우리는 현재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유병언 특별법을 조속히 만들어 제기되고 있는 여러 의혹들을 규명해 나가야 할 것으로 생각되며 또한 단편적 판단으로는 이러한 의혹들은 현재 자진 출두하여 조사받고 있는 양희정 입을 주목하면 좀더 현실적인 답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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