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한국, 美 국제 질서 실패했다 여길 것”…美 “中, 미국과 동맹 사이 이간질”

2019년 한중정상회담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국가주석 / ⓒ청와대DB
2019년 한중정상회담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국가주석 / ⓒ청와대DB

[땡큐뉴스 / 김민규 기자] 일본의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오염수 해양 방류를 계기로 중국이 이를 지지한 미국을 적극 비판하는 한편 한국과는 밀착해 공동 대응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중국 관영매체인 글로벌 타임스는 지난 13일 “미국은 일본에 특별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나라로, 국제사회가 맹비난한 일본의 (오염수 방류) 결정을 적극 지지하고 심지어 감사를 표했다”고 비판한 데 이어 14일엔 ‘중국, 러시아, 한국이 오염수 방류에 관한 일본의 결정을 규탄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중국과 한국이 이날 화상으로 열린 첫 해양문제 관련 회의에서 일본의 핵 폐수 방출 결정에 대해 확고한 반대를 표했다”고 강조했다.

이 뿐 아니라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4일 브리핑에서 “일본이 미국의 허가를 받아 결정했다고 하는데 미국의 허가가 국제사회의 용인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미국과 일본을 동시 직격하는 한편 중국 사회과학원의 미국학 전문가인 뤼샹 연구원은 “한국과 일부 아세안 국가 등 역내 미국의 동맹들은 미국이 책임 있는 국가가 아니며 미국의 규칙에 기반한 국제 질서가 역내 우려를 다루는 데 실패했다고 여길 것”이라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뤼샹 연구원은 “중국 및 비슷한 우려를 가진 여타 파트너들이 협력해 일본을 계속 압박하고 법적 수단을 통해 이익을 보호해야 한다”며 다른 나라들과의 공동 대응을 강조했는데, 중국이 이 같은 행보를 보이는 중에 미 국가정보국장실(ODNI)은 13일(현지시간) 홈페이지에 게재한 ‘2021 연례 위협평가 보고서’에서 중국을 가장 큰 위협으로 꼽으면서 “중국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워싱턴과 동맹·파트너 사이를 이간질하고, 중국의 전체주의 체제에 유리한 새로운 국제 규범을 조성하려는 범정부적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미국은 북한에 대해서도 “워싱턴과 동맹 사이를 이간질하기 위하 공격적이고 잠재적으로 불안정을 유발할 수 있는 행동을 취할 수도 있다”고 평가했는데, 이 보고서에서 위협으로 꼽은 또 다른 국가들인 러시아와 이란에 대해 설명할 때는 중국이나 북한에 대한 내용과 달리 ‘이간질’이란 표현이 전혀 들어있지 않아 사실상 이 보고서에서 언급한 중국과 북한의 이간질 대상이 되는 미국의 동맹국이란 한국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쿼드 참여 등 그간 미국의 대중 포위망 구축에 적극 협력하는 일본, 호주 등과 달리 한국은 경제 의존도나 남북관계에 대한 역할론 등을 고려해 미국의 중국 견제에는 가급적 동참하지 않은 채 신중한 자세를 취하는 외교를 펼쳐온 만큼 미중 사이에서 줄타기 하는 듯한 이런 행보에 대해 미국은 ‘이간질’에 휘말린다고 보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그래선지 동맹과의 관계를 강조해온 바이든 정부에선 미국의 중국 견제에 적극 공조하는 일본의 손을 들어주는 모양새가 계속되어오고 있는데, 비단 이번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이전에도 지난달 26일 로이터에 따르면 북한의 탄도마시일 발사 관련 성명에서 당초 ‘동해’(East sea) 표기를 사용했던 미국 인도태평양사령부는 일본 정부의 항의에 곧바로 ‘일본해’(Sea of Japan)으로 정정했고 “미국은 일본해가 해당 수역에서 승인된 유일한 이름이란 입장에 변함없다”고 강조했다.

더구나 후쿠시마 오염수 논란 이전엔 한국이 일본과 위안부 문제를 놓고 갈등을 빚어온 데다 여기에 중국까지 가세하여 한 목소리로 일본 압박에 나섰었고, 미국에서 자국 내 위안부 동상 설치를 용인·호응했음에도 정작 ‘불가역적 해결’로 못 박았던 한일 위안부 합의마저 문재인 정권 출범 이후엔 다시금 일본과의 갈등 요소로 떠오르면서 흔들리자 현재 중국 견제에 집중하고 있는 미국으로선 한일 과거사 문제부터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문제에 이르기까지 일련의 상황을 이제는 개별 사안이 아니라 중국 등이 미국의 동맹국을 이간질하는 데에 적극 이용할 수 있는 외교적 수단으로 보고 있는 모양새다.

한국엔 회의적 시선을 보내는 반면 미국은 오는 16일 세계 정상 중 처음으로 일본 총리와 양국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인데, 바이든 정부 들어와서 미국과의 관계가 일본보다 소원해진 듯한 상황을 문 정부가 어떻게 풀어갈 수 있을 것인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저작권자 © 땡큐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