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선 없는 본선 가려는 이재명과 호남서 반전 노리는 이낙연, 丁에 러브콜

(좌측부터)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정세균 전 국무총리, 이재명 경기도지사. 사진 / 땡큐뉴스DB
(좌측부터)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정세균 전 국무총리, 이재명 경기도지사. 사진 / 땡큐뉴스DB

[땡큐뉴스 / 김민규 기자] 정세균 전 국무총리의 사퇴로 더불어민주당의 대선 경선판이 요동치고 있다.

정 전 총리는 1차 선거인단 투표가 끝난 뒤 누적득표율에서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에도 밀린 4위를 기록하자 결국 지난 13일 “평당원으로 돌아가 하나 되는 민주당,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해 백의종군하겠다”며 여당 대선 레이스에서 중도하차했는데, 호남 경선 전에 후보직 사퇴했다는 점에서 호남이 고향인 이낙연 전 대표에 힘을 실어준 행보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다만 그는 기자회견에서 “저의 결정은 민주당과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해 한 결정”이라며 “백의종군 하겠다고 말씀 드렸기 때문에 어떤 역할을 상정하고 있지 않다. 민주당의 성공과 승리를 위해 평생을 바쳐왔고 저의 그런 일관된 태도는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특정 후보지지 의사를 밝힐지 묻는 질문엔 이처럼 즉답을 피하는 모습을 보인 바 있다.

그러자 선거인단만 20만명에 달해 사실상 민주당 후보 결정전의 최대 승부처나 다름없는 호남 경선으로 반전을 노리고 있는 이 전 대표나 어떻게든 이번에도 과반 득표율을 기록해 결선 없이 본선 진출하려는 이재명 경기도지사 모두 어느 누구도 지지하지 않은 채 떠난 정 전 총리에 경쟁적으로 러브콜을 보냈다.

당장 이 지사는 같은 날 광주·전남 공약발표 및 기자간담회에서 “(호남은) 이낙연 후보의 지역적 연고이고 또 통계적으로도 지지율이 높게 나온다. 후보별로 강점 있는 지역이 있기 때문에 거기까지 압도하겠다고 하는 건 좀 과욕 아닐까”라며 일견 자세를 낮추는 모습을 보이는 듯 했으나 호남 출신인 정 전 총리를 향해 “2008~2010년 당 대표 하실 때 제가 상근부대변인 직책으로 모시던 분으로 당의 중심을 잡아주시고 정권재창출에 핵심적 역할을 맡아주고 지도자 역할을 계속 해주기 기대한다”고 러브콜을 보낼 정도로 호남 경선에 대한 승부욕을 보였다.

심지어 이 지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도 정 전 총리에 대해 “존경하는 정치 선배이고 정치에 입문한 뒤로 정 후보님으로부터 큰 도움과 가르침을 받았다. 정 후보님 아니었다면 지금의 이재명은 존재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호평을 쏟아낸 데 이어 14일 여의도 캠프에서 전북 공약 발표 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도 “정 전 총리는 내가 모시던 분이고 실제 나도 정세균 사단의 일부”라며 “내겐 정치적 은인 같은 분이어서 앞으로 잘 모시고 지도받고 싶다. 전북이 낳은 불세출의 정치인이 경선을 중도에 접는 아쉬움이 있었는데 정 후보가 하고자 했던 일과 내용을 보면 내가 한 약속과 큰 차이가 없어 잘 승계해 받들고 시행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한 발 더 나아가 이 지사는 정 전 총리 측 캠프 인사들을 영입할 가능성까지 열어 “나는 최대한 정 후보와 같이 했던 분들을 모시고 싶다. 의지는 당연하고 그렇게 해야 한다고 본다”고 공언했는데, 특히 1차 선거인단 득표율에서 비록 자신이 과반은 기록했지만 30%선을 넘으며 이전보다는 격차를 좁힌 이 전 대표의 추격을 의식한 듯 “첫 슈퍼위크 투표 결과 아슬아슬한 과반을 했기에 호남에서 과반을 하는 게 쉽지 않겠다는 걱정을 하고 있다. 우리가 전혀 낙관할 수 없는 상태”라면서 “압도적으로 경선을 조기에 끝내야 본선 경쟁력이 높아질 수 있다는 말로 끊임없이 읍소하는 게 전략”이라고 결선 없는 본선 진출 의지를 거듭 피력했다.

전북 출신인 정 전 총리의 사퇴로 전남 출신인 이 전 대표는 간접적인 ‘호남 후보 단일화’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으로 비쳐지고 있지만 일단 이 지사 추격을 위해선 지지기반인 호남에서 최대한 득표율을 올려야 하는 만큼 이 지사와 마찬가지로 정 전 총리와의 친분을 과시하며 지난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회의원 지망생이셨던 정 선배님을 제가 취재기자로서 처음 뵀던 1996년 이래 25년. 품격과 절제, 푸근한 인품과 공인으로서의 책임감, 개혁을 향한 책임 있는 비전을 끊임없이 보여주신 정세균 정신의 실천은 저희들의 몫이다. 저부터 정 선배님의 말씀과 정신을 새기며 남은 경선에 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뿐 아니라 정 전 총리를 제치고 3위에 올라 사실상 그가 사퇴하게 만든 주역인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조차 대선 캠프 명의의 입장문을 통해 “정 후보님의 사퇴 소식, 많이 아쉽고 안타깝다. 세 번의 민주정부 수립에 기여하셨던 그 마음, 그 실력 그대로 민주정부 4기 수립과 정권재창출에 지대한 역할을 다해주시리라 기대한다. 언제나 응원할 것”이라고 입장을 내놨고, 박용진 의원까지 페이스북을 통해 “(정 전 총리는) 대선 경쟁 상대였지만 실제로 제게 많은 것을 가르쳐주고 도와주신 따뜻한 인생 선배다. 우리 사회의 중요한 문제를 직시하고 해결하고자 했던 정 후보님의 길을 저 박용진이 계속 이어나가겠다”고 역설했다.

한편 오는 25일부터 26일까지 광주·전남과 전북에서 열릴 호남 순회 경선에선 광주·전남에 12만 7000여명, 전북에 7만6000여명의 선거인단이 있어 앞선 지역순회 경선에서 이 지사에 크게 밀린 이 전 대표도 이 지역에서 크게 선전할 경우 충분히 만회의 여지를 만들어볼 수 있는데, 반대로 이 지역에서의 패배는 민주당 대선후보가 이 지사로 확정된다는 의미도 될 수 있어 양측 모두 사활을 걸고 임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정 전 총리 지지층이 비록 한 자리수대 지지율에 불과하지만 이 전 대표에게 온전히 흡수될 경우 이 지사의 우세를 충분히 흔들어 놓을 수 있어 세간의 이목이 쏠리고 있는데, 데일리안이 여론조사공정에 의뢰해 지난 10일부터 11일까지 전국 유권자 1095명에게 실시된 민주당 대선후보 적합도(95%신뢰수준±3.0%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24.5%의 이 전 대표와 5.5%의 정 전 총리 지지율을 단순 합산할 경우 31%인 이 지사와 불과 1%P로 격차가 좁혀지게 된다.

또 아시아경제가 윈지코리아컨설팅에 의뢰해 지난 11일부터 12일까지 전국 유권자 1022명에게 실시된 민주당 대선후보 적합도(95%신뢰수준±3.1%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선 23.9%의 이 전 대표와 6%의 정 전 총리가 합쳐질 경우 아예 29.6%인 이 지사를 0.3%P차로 넘는 것으로 나오기도 해 정 전 총리 지지층을 어느 쪽이 얼마나 흡수하느냐가 호남 경선에서의 최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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