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정순규씨 사건 ‘항소심 엄중 처벌 촉구’기자회견
1심 관계자 전부 집행유예 솜방망이 처벌
2심 항소장 3개월 지났지만 재판기일 미정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대로 개정할 것” 요구

정석채 씨 제공
정석채 씨 제공

[땡큐뉴스 / 강기성 기자] 지난 2019년 10월 30일 경동건설 공사현장에서 추락해 사망한 고 정순규씨의 2주기 추모 기자회견에서 유족 측은 2심인 부산고등법원 재판부에 정확한 사건의 진상을 밝히고, 책임자들에게 공정한 죗값을 치르도록 판결할 것을 촉구했다.

■ “부산고법, 경동건설 엄중 처벌할 것” 촉구

27일 중대재해기업처벌법제정 부산운동본부와 고인의 아들 정석채 씨 등 유족들은 오전 10시30분 부산고등법원 정문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2년이라는 시간동안 경동건설의 진심어린 사과, 사법부의 제대로 된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며 고군분투 싸워왔지만 여전히 원인조차 제대로 밝혀지지 않고 있다”고 목소리를 모았다.

유족들은 “부실조사 내용을 바탕으로 재판부는 지난 6월 16일 1심 선고를 내렸고, 경동건설 및 하청업체인 JM건설 현장소장에게 각각 징역 6개월과 집행유예 1년을, 원하청 법인은 벌금 1000만원을 판결하는 등 솜방망이 처벌을 내렸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유족들은 “더군다나 1심 재판부는 죽음의 원인에 대한 유족의 진상규명 요구를 반영하기는커녕 오히려 고인에게 과실이 있다고 판단해 축소 판결을 내린 것은 결코 인정할 수 없다”고 강조하면서 “이 같이 어이없는 결과에 중대재해기업처벌법제정 부산운동본부는 검찰에 즉각 항소를 촉구했고, 이후 6월 22일 검찰은 항소장을 제출해 7월 9일 항소심이 접수됐지만 3개월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재판 기일은 잡히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유족들은 “1심 판결이 되풀이 돼서는 안 되며, 고인의 죽음의 원인이 제대로 규명될 수 있도록 검찰과 2심 재판부에게 정확한 진상을 밝혀내기를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사문서를 위조하면서까지 자신들의 죄를 덮으려고 한 경동건설은 지금이라도 유가족들에게 진심으로 사죄하고 산업재해 예방에 힘쓰기를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정석채 씨를 비롯해 평택항 부두 고 이선호씨와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사망한 고 김용균씨, 수원의 안 공사 현장에서 사망한 고 김태규씨의 유족들도 자리를 함께해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제대로 제정해 달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내년 1월부터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지만 중대재해 비중이 가장 많은 50억 미만 소규모 건설공사에서 발생하는 재해에 대한 처벌은 적용이 유예되는 등 국회에서 허술하게 통과된 중대재해처벌법을 보완해 제정할 것”을 강력히 요구했다.

정석채씨 제공 
정석채씨 제공 

■ “정순규 추락사고 1심 판결은 부당” 주장

앞서 지난 2019년 10월 30일 오후 1시5분께 부산 남구 문현동 경동 리인 아파트 신축공사현장에서 옹벽에 박힌 철심 제거작업을 하던 인부 정순규 씨가 바닥으로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정씨의 머리 두 곳이 크게 찢겨져 있었고 출혈이 있었다. 정씨는 곧바로 병원에 옮겨졌으나 다음날 오후 11시 30분경 숨졌다.

이 사건과 관련해 지난 6월 16일 1심 재판부는 경동건설 관리소장과 하청업체인 JM건설 이사에게 각각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경동건설 안전관리책임자에게 금고 4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원하청 법인에는 각각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당시 민변 오민애 변호사는 기자회견장에서 “필요한 안전장치가 없었고 이로 인해 발생한 사고라는 점은 분명했다”면서 목격자가 없다는 이유로 정씨에게 과실이 있다고 보는 재판부의 판단을 지적했다.

오 변호사는 “사고 직후에 안전망 등 안전장치를 설치한 것은 사전에 안전조치를 취할 수 있었음에도 그러지 않았던 점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며 “피고인들에 대한 양형을 정한 이번 판결은 부당하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땡큐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