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가 갈팡질팡 갈지자 행보를 보이며 리더십에도 타격이 불가피한 모습이다. 안철수 대표는 지난 대선에서부터 기득권을 내려놓는 것이 새정치라 강조하며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 이슈를 주도해왔었다. 하지만 지금 정치권은 안 대표가 이끌어왔던 이슈로 인해 한시도 조용할 날이 없다. 기초선거 무공천은 통합된 신당의 창당과 동시에 내홍을 불러일으켰고, 나가서는 여야 정쟁의 핵 이슈로 자리 잡고 있기까지 하다.

물론, 안 대표 말처럼 대선에서 공약을 하고도 지키지 않은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에게 우선 책임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안 대표는 이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것이 있다. ‘기초선거 무공천’이 결코 새정치의 전부가 아닌, 새정치를 위한 수많은 개혁과제들 중 하나일 뿐이라는 점이다. 그렇다면, 정작 국민들이 바라는 새정치란 무엇일까? 길을 가던 사람 누구를 붙잡고 물어보더라도 ‘제발 좀 싸우지 말라’는 말을 할 것이다.

우리 국민은 오래 전부터 정치권에 싸우지 말고 협력과 상생의 모습을 보여 달라고 끊임없이 요구해왔다. 국민이 바라는 새정치는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하지만, 안철수 대표는 지금 새정치를 외치면서 정치권 갈등과 대결의 중심에 우뚝 서 있다. 새누리당이 먼저 약속을 깼으니 당신들 책임이 크다고 외치고 있지만, 이런 모습을 우리 국민들은 지금껏 너무나 많이 봐왔고, 또 그에 염증을 느껴왔다. 네 탓 정치, 그리고 패거리 싸움 정치. 누구의 잘잘못을 가리라는 게 국민의 요구 사항이 아니다. 싸우지 않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합리적 대안과 포용력 있는 리더십을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안철수 대표는 지금까지의 정치권과 다른 한 차원 높은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새정치란 그런 것임에도, 안 대표를 통해서는 그저 그런 정치적 수사만 보일 뿐이다. 기존의 정치인들과 전혀 다를 바 없는, 오히려 갈등 유발의 중심에 서 있는, 그래서 안철수 대표를 바라보며 점점 갸우뚱하는 시선이 늘고 있는 것이다.

또 한 가지, ‘약속’의 문제도 그렇다. 안 대표는 대통령과 여당을 향해 ‘약속을 지키는 것이 새정치’라 했지만, 그런 그 역시 국민과의 약속을 어긴 것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 것인가. 제도권 정치에 들어오면서 안 대표는 수없이 많은 곳에서 누누이 야권연대는 없다는 입장을 밝혀왔었다. 그러나 ‘기초선거 무공천’이라는 단 하나의 이유만으로 민주당과 덜컥 하나가 돼 버렸고, 이 과정에서 실망한 윤여준-김성식 등 상당수 인사들은 배신감을 토로하며 떠나버렸다.

그리고 안 대표는 새정치연합 내부의 반발과 현실적 상황을 이유로 들어 기초선거 무공천에 대해 재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당원과 국민에게 재신임 받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사실상 무공천 출구전략으로 해석되고 있다. 안 대표의 기대처럼 무공천 의견이 더 높게 나타난다면 모르겠지만, 그 반대라면 이제 안 대표는 어떻게 할 것인가. 통합의 유일한 명분조차 사라지게 되는 것 아닌가.

결국 안철수 대표는 이유야 어찌됐든, 국회의원 단 2명으로 민주당 당대표 자리에 단숨에 오른 것이나 다름없는 셈이 돼버렸다. 안철수 대표의 새정치. 처음에도 잘 보이지 않았지만, 앞으로도 기대하기 어려운 건 아닌지 지켜볼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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