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작산 엄나무 순

숲이 가진 치유능력은 평화와 생명력이다. 농촌 사는 특권중에 하나는 문만 나서면 들길이요 숲길이니 그저 심호흡만 한번 해도 답답한 가슴이 뻥 뚫리고 머릿속이 맑아진다.

아침에 일어나면 자연스럽게 숲으로 난 길을 따라 산으로 오른다. 숲길을 걸을 때는 발바닥에 전달되는 느낌에 온 몸의 신경을 집중하여 한발 한발 자신이 내딛는 땅만 보며 걸어야 한다. 높은 곳만 쳐다보다가는 넘어질 수 있다는 겸허한 진실과 마주하는 시간이다. 산책길에서 만난 싱그러운 칡순도 꺽어먹고, 잘 익은 산딸기며 다래, 무화과도 따 먹는다. 보약이 따로없다. 풀향기와 나무의 초록내음이 내 오감속으로 스며들며 점점 내 자신도 초록으로 물들어 간다.

 

산등성이에 오르면, 내 몸과 맘속의 응어리들과 노폐물들을 모두 토해내는 기분으로 바다를 향해 목청껏 소리 질러 본다. 초록빛 넉넉한 바다가 영성체를 내밀듯이 붉은 태양을 쑤욱 내민다. 나는 하늘을 향해 경배하며 성체성사를 하듯이 해를 마신다. 내 안의 부정적인 이미지와 내 몸속의 독소들이 빠져나가는 상상을 하면서 숨을 내쉬고, 자연의 무한한 청정에너지를 양껏 들이마신다. 얼굴과 온몸이 주홍빛으로 물들면 심장이 다시 뛰는 소리가 들린다. 찬란한 아침해가 내 몸속에 들어와 세포 하나하나를 깨운다.

내 마음과 몸이 모두 정화되고 생명의 빛으로 가득 채워졌다는 포만감에 가슴이 벅차오른다. 우주의 에너지가 내 안에 충만한 기쁨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 하늘과 땅과 바람과 풀과 나무가 모두 내 안에 들어온다 

초록은 동색이라는 말이 있듯이 숲속에서는 서로 조금씩 차이가 있을망정 그 안에 있는 모든 것들이 하나로 묶인다. 신비하게도 숲의 포용력은 숲과 일체감을 느끼게 해 주어 외부세계의 모든 복잡함을 일순간이 잊게 하고 잡다한 감정마저도 사라지게 한다.

더 행복할 것도 없고 더 불행할 것도 없는 시간, 꽉 찬 속에서 텅 빈 마음이 되는 공()의 시간이 된다. 숲이 주는 평화로운 기운을 받으면, 무엇이든 잘 할 수 있고 무슨 일이든 잘 될 것 같은 긍정에너지가 몸과 마음에  흐른다. 세상에서 상처 받은 사람들이 숲에서 치유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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