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로운 사람들이 바로 우리 사회의 굳건한 버팀목

견리사의(見利思義) 견위수명(見危授命).

주지하듯이 ‘눈앞의 이익을 보면 의로움을 먼저 생각하고, 불가피한 위험에 닥쳐서는 다수를 위해 자기 한 목숨을 돌보지 않는다’는 뜻이다.

세월호 참사는 소중한 젊은 생명을 비롯하여 우리에게 많은 것을 앗아갔지만 많은 것도 일깨워주고 여러 분야에서 경고음을 발했다.

인간의 탐욕과 무책임이 빚어낸 인재(人災), 명철보신주의와 무사안일주의에 빠진 관재(官災) 등이 맞물려 빚어낸 대참사였지만 대한민국 호의 현주소와 자화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대재난이기도 했다.

정부는 정부대로 긴급 재난 사고에 대한 대응 방안을 강구하고 있고, 민간 차원에서도 안전사고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하는 등 그동안 무심코 지나쳐 왔던 안전불감증의 부산물들을 말끔히 씻어 내기 위해 온 나라가 바쁜 모습이다.

그러나 우리에게 이번 참사가 가져다준 커다란 교훈은 다름이 아니라 의(義)를 위해 자신을 초개와 같이 던진 희생정신이 아닌가 싶다.

나이 스물을 갓 넘긴 앳된 사회 초년생이지만 가장 위급할 때 자신의 소임과 직분에 충실하면서 그 이상의 희생으로 아까운 생명을 다른 이들을 위해 올곧이 받친 세월호 승무원 故(고) 박지영씨 등 의인들이 보여준 자기희생이다.

오랜 역사를 걸쳐서 우리에게 치욕적인 것은 노블레스 오블리주 (noblesse oblige)가 보편적 가치로 정립되지 못한 것이라고들 한다. 즉 사회 고위층 인사에게 요구되는 높은 수준의 도덕적 의무와 솔선수범, 그리고 자발적인 자기 희생정신이 뿌리내리지 못하였다는 점이다.

전쟁이 터지거나, 재난이 발생하면 지도층 인사들이 자기 책임은 다하지 않은 채 백성들은 뒤로 하고 자기 살 궁리만 도모하는 각자도생(各自圖生)하는 추태를 보인 적이 많았다.

그러나 지극히 평범한 이름 없는 이들이 누란지위(累卵之危)의 위급에서 자기 한 목숨을 버리고 타인을 구하는 의로움을 감행하는 사례를 우리는 너무도 많이 봐왔다.

이번 세월호 참사 때도 그랬던 것이다. 배가 침몰하는 긴급 상황에서 자기를 버리고 의를 택한 이들이 있었다.

이들을 의사자(義死者)라고 일컫는다. 의사자란 직무외의 행위로서 타인의 생명, 신체 또는 재산의 급박한 위해를 구제하다가 사망한 사람을 말한다.

국가는 사회정의 구현에 이바지하기 위해 '의사상자 예우에 관한 법률'을 제정, 의사자의 유족에 대하여 필요한 보상 등 국가적 예우를 하고 있다.

의사자는 사망 당시의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의해 보상금을 받는다.

이러한 모든 예우가 고귀한 생명에 비하면 티끌만도 못할 것이다.

세월호 참사 현장에서 승객을 구하려다 목숨을 잃은 승무원 故(고) 박지영씨 등 3명이 의사자로 인정됐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12일 의사상자심사위원회를 열어 자신을 희생해 다른 사람을 구한 박씨 등을 의사자로, 최석준씨 등 2명을 의상자로 각각 인정했다고 밝혔다.

박지영씨는 지난달 16일 전남 진도군 해상에서 세월호가 침몰 될 당시, 혼란에 빠진 승객들을 안심시키며 구명의를 나눠주고 구조선에 오를 수 있도록 도와주다 숨졌다.

목격자 김씨의 진술에 의하면 구명의가 부족하게 되자 박씨는 입고 있던 구명의를 여학생에게 주는 등 구조에 기여했다.

세월호 직원 정현선(28·여)씨와 아르바이트생 김기웅씨(28)도 의사자로 인정됐다.

김씨는 세월호가 침몰 될 당시, 아르바이트로 일하던 신분이었으나 학생들의 구조를 돕고 선내에 남아 있는 승객들을 구하러 들어갔다가 본인은 구조되지 못하고 목숨을 잃었다.

정씨 역시 학생들의 탈출을 돕고, 선내 승객을 구하기 위해 들어갔다가 본인은 구조되지 못하고 숨졌다.

이 같은 의사자들이 있어 우리 사회가 지탱이 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위기의 순간에 살신성인(殺身成仁)하는 이들이 있어 의로움이 살아있다 하겠다.

의로운 사람들이 바로 우리 사회의 굳건한 버팀목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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