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대와 관계로 살아가는 삶

▲ 주작산 계곡

이 세상을 살아가는 생명은 혼자서는 살 수 없으며, 수많은 연대와 관계 속에서 살아간다. 그것이 자연 법칙이다. 꽃과 벌, 나비의 관계뿐만 아니라, 식물과 곤충, 식물과 식물 간에도 상부상조하며 산다. 만약, 이러한 연대와 관계가 없었다면 이 세상에 아름다움은 아예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어른들을 위한 동화, 안도현의 관계라는 책을 보며 작가의 통찰력에 감탄한 적이 있다. 도토리 하나가 싹을 틔워 갈참나무로 성장하기 위해서도 수많은 관계를 맺는다. 도토리는 그 관계 덕분에 추운겨울을 무사히 넘기고 봄에 예쁜 싹을 틔울 수 있다. 관계는 갈참나무의 꿈이며, 낙엽들의 꿈을 실현하는 것이다.

모든 생명들은 연계되어 있다. 자연 속의 생명들뿐만 아니라 사람들도 수많은 관계를 맺으며 복잡한 생명의 그물망 속에서 누군가를 돕고 누군가의 도움으로 성장한다. 내 자신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타자를 위해서도 꽃을 피우고 열매 맺으며 상생하며 살아가는 것이 인생이다.

 

상생(相生)이라는 단어는 서로를 살린다.’는 뜻이다. 서로 상()자는 나무 목()과 눈 목()이 합쳐진 글자다. 직역을 하자면 상생이란 나무의 눈처럼 사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나무의 은 은유적인 표현이다. 나무에 싹()이 돋아나는 것이 마치 겨울잠을 자고 일어나 나무가 눈()을 뜨는 것 처럼 본 것이다. 보는 눈도 이라 부르지만, 싹도 이라고 부른다. 운치있고 시적인 표현이다.

나무는 겨울이 되면 휴면기에 들어간다. 만약 봄이 되어 싹을 틔우지 못한다면 그 나무는 죽는다. 잎을 틔우는 것을 잎눈’, 꽃을 틔우는 것을 꽃눈이라고 한다. 잎은 나무에 필요한 광합성 작용을 해야 되고 꽃은 열매를 맺는 것이 소임이지만, 어떤 나무는 잎과 꽃 두 가지를 하나의 눈에서 틔우기도 한다.

봄이 되면 겨우내 잠자고 있던 눈이 싹을 틔우려는 기운이 생동하기 시작하면, 동시에 나무 내부에서도 부지런히 생장호르몬을 만들어 뿌리에 전달한다. 웅크리고 있던 나무뿌리도 다시 힘차게 생명활동을 하게 되고 영양분을 가지끝에 전달하게 되어 드디어 새싹들이 돋아 나게 되는 것이다. 눈이 없으면 나무가 겨울잠에서 깨어나지 못하여 죽고 만다. 또한 나무가 없으면 눈도 틔울 수 없으므로 상생이란 서로가 서로를 살리면서 살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나무는 땅이 있어야만 살 수 있다. 땅에는 곤충과 곰팡이 미생물 등 수 많은 생명체들이 살고 있다. 이들 생명체들은 땅을 살리고 나무를 의탁해서 살지만 동시에 나무는 이들 생명체들 덕분에 영양분과 수분을 흡수할 수 있다.

나무는 땅이 없으면 살지 못하고 숲속의 생명체들 또한 땅이나 나무가 없으면 살지 못한다. 모든 생명체들은 서로를 살리는 생명체이기에 공생하고 상생하는 것이다. 이러한 자연 순환계의 모습이 실상 우주의 참 모습이다.

나아가 지구가 있어서 달이 있는 것이 아니며, 달이 있어서 지구가 있는 것이 아니다. 서로가 있어서 서로가 있는 것이다. 우리는 누구도 홀로 온전할 수 없고 서로가 조화와 균형이 깨지지 않도록 살뜰히 잡아주어야 한다. 산다는 것은 이렇게 항상 타인과의 관계 하에서만 정의될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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