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국면전환용 수사…여야 가리지 않고 숙청할 세력만 골라”

윤석열 대통령(좌)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신임 당대표(우). 사진 / 땡큐뉴스DB
윤석열 대통령(좌)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신임 당대표(우). 사진 / 땡큐뉴스DB

[땡큐뉴스 / 김민규 기자] 윤석열 정부의 검찰과 경찰이 윤 대통령 전임 정권은 물론 윤 대통령과 경쟁했거나 각을 세운 바 있는 정치인들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어 추석 전 국면 전환을 노리려는 전방위 압박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 尹 ‘모르쇠’지만 이재명 檢 소환 통보에 민주당 “표적수사” 격앙

비록 윤 대통령이 최근 정치권에 대한 검경의 수사 진행 상황과 관련해선 거리를 두며 모르쇠로 일관한 채 ‘민생’만 언급하고 있으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제1야당의 새 사령탑에 오른 지 며칠 지나지도 않아 소환 통보 등 대대적으로 검찰 수사가 본격화됐다는 점에서 이런 해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실제로 당장 이 대표의 배우자인 김혜경 씨에 대해 경찰이 법인카드 유용 의혹 사건으로 지난달 31일 검찰에 송치한 데 이어 검찰은 정기국회 첫날인 지난 1일엔 아예 이 대표에 대해 지난 20대 대선 선거운동 과정에서 대장동 등 개발사업 특혜 의혹 등과 관련해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소환 통보를 하는 등 압박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이에 민주당에선 친이재명계인 김남국 의원이 2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서면조사 등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데 추석 전에 날짜를 못 박아 소환조사를 한다는 것 자체가 정치적 의도”라며 “추석 밥상에 김건희 여사의 의혹을 올리는 게 아니라 추석 전 야당 대표를 포토라인에 세워서 국면 전환을 시도하겠다는 것이 뻔히 보여 과연 여기에 순순히 따라주는 게 맞을지 고민”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김건희 여사의 새로운 의혹들이 터져 나오고 있다. 최근 ‘고가의 쥬얼리 무상대여’ 등 문제들이 줄줄이 사탕으로 나오고 있는 상황 속에 이준석 대표, 여당 내홍이 끝나지 않고 있기 때문에 국민적 관심을 다른 쪽으로 돌리고 지지층을 결집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고,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까지 경찰로부터 소환 통보를 받은 점을 들어 “여야 가리지 않고 윤 대통령에게 반기를 들고 숙청해야 할 세력만 골라서 한다. 균형 있는 수사라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공교롭게도 검찰은 이전 정권인 문재인 정권과 관련한 수사부터 이 대표 수사에 이르기까지 근래 잇따라 압수수색을 이어가고 있는데, 지난 1일만 해도 서울중앙지검이 문재인 정부 당시 있었던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과 관련해 문 정부 청와대의 의사결정 과정이 담긴 문건들을 확보하고자 처음으로 세종시 대통령기록관까지 압수수색했으며 같은 날 이 대표가 과거 성남시장을 맡았던 시절에 성남도시개발공사가 개발 진행한 위례신도시 사업과 대장동 개발사업 관련 동시 압수수색에 나선 바 있다.

그러다보니 위기감을 느낀 민주당 지도부는 거세게 반발하면서 2일 자당의 핵심 지지기반인 호남에서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박홍근 원내대표부터 “정치검찰이라는 윤 정권 호위 무사를 동원해 제1야당 대표를 소환하겠다는 것을 정기국회 첫날에 발표했다. 사실과 다른 인터뷰 등을 문제 삼아 야당 대표를 소환하는 것은 명백한 정치탄압이며 맞을 때까지 때리겠다는 정치검찰의 두더지잡기식 수사”라고 검찰을 겨냥해 포문을 열었고 ‘친문’인 고민정 최고위원까지 “이 대표 소환 발표인 6일은 김건희 여사의 논문 관련 표절 여부 결과 발표가 예고된 날인데 왜 하필 같은 날인가. 김 여사를 살리려는 행동”이라고 한 목소리로 공세를 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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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이 대표도 이날 직접 “오랜 시간 경찰과 검찰을 총동원해 이재명을 잡아보겠다고 했는데 결국 말꼬투리를 하나 잡은 것”이라며 자신에 대해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소환 통보한 검찰을 직격했는데, 다만 검찰에선 당초 서면조사 방침을 세우고 지난달 19일 서면질의서 등을 이 대표 측에 전달했지만 수차례의 답변 요청에도 이 대표 측이 응하지 않고 지난달 26일까지 회신해달라고 요청했어도 기한까지 회신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더구나 공직선거법 공소시효가 6개월이어서 오는 9일로 사건이 만료되는 만큼 결국 6일 소환조사에 응하라고 통보하게 된 것으로 알려졌는데, 검찰 측은 이 대표에게 6일을 출석 시점으로 확정해 통보한 데 대해서도 “8월31일 출석요구서를 발송해 이달 6일 출석하도록 요청했다. 그 외 8월26일 경기남부청에서 송치한 수원지검 성남지청의 공직선거법위반 사건과 일괄 조사하기 위해 출석을 요청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검찰 측 해명에 민주당에선 박성준 대변인이 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반박하고 나섰는데, “검찰이 소환조사를 하겠다고 한 사건은 3건인데 이 중 2건은 이미 서면조사에 응했고 나머지 1건은 준비 중이었다. 이 대표는 백현동 국토부 협박 발언과 관련해 경기남부청에 피의자 진술을 제출했지만, 남부청은 확인서를 제출한 주요 참고인을 조사도 하지 않고 기소의견으로 송치했고, 검찰 역시 두 참고인 조사도 안 한 상태에서 이 대표에 대한 공개소환을 한 것”이라고 역설했다.

특히 박 대변인은 “이 대표는 대장동 공공개발사업을 당시 새누리당 성남시의원들이 당론으로 막았다는 발언과 관련한 수원지검 요구에 피의자 진술 및 의견서를 제출했다. 이 대표는 성남도시개발공사 직원에 대한 발언과 관련한 서울중앙지검의 진술서 제출 요청에 전당대회에 임박해서 급하게 보내온 요청에도 불구하고 성실하게 준비하고 검찰과 협의 중이었다”며 “(서면조사에 불응했다는) 검찰의 주장은 옹색한 변명”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발 더 나아가 그는 “되든 말든 일단 기소하겠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의심된다. 명백한 야당 탄압이자 정치보복”이라고 거듭 힘주어 말했는데, 다만 현재 검찰의 수사가 꼭 야당 측 인사를 향해서만 기소하거나 불리하게 돌아가는 것만은 아니어서 이 같은 주장에 힘이 실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일례로 친누나가 언론보도로 논란되기 전까지 대통령실 행정요원으로 일한 바 있으며 윤 대통령 취임식에 초청되기도 한 극우 성향 유튜버인 안정권 씨의 경우 ‘이재명 완전지지’라고 적힌 옷을 입은 채 “욕 좀 해주세요”라며 난동을 부리다 선거운동 방해 등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돼 인천지검이 수사 중이었는데, 지난 1일 결국 검찰은 안씨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고 그 바로 전날인 지난달 31일엔 문 전 대통령의 양산 사저 인근에서 과격 시위를 벌이던 60대 남성에 대해서도 울산지검이 문 전 대통령 측에서 주장한 모욕과 스토킹범죄 처벌법 위반 혐의도 그대로 인정해 구속 기소했다.

반면 지난 대선 당시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 선거운동을 위한 단체 채팅방에 참여했다는 혐의를 받아온 박범계 전 법무부장관(현 민주당 국회의원)에 대해선 수원지검 안양지청이 불기소 처분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는데, 박 전 장관 역시 윤 대통령에 대한 저격수로 나선 바 있으며 장관 재임 시 검찰을 압박하는 등 검찰과 상당히 불편한 관계를 보였음에도 기소하지 않기로 확정해 야당 탄압이라는 민주당 측 주장은 단편적인 해석 아니냐는 시각도 없지 않다.

하지만 한편으론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관련 수사는 속속 무혐의 처분이 나오고 있어 민주당의 의심은 잦아들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실제로 김 여사의 허위경력 의혹을 해명하는 과정에서 허위사실을 언급했다면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윤 대통령과 김 여사 등 6명을 민생경제연구소가 경찰 고발한 바 있으나 수사를 맡은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는 지난달 25일 ‘증거 불충분’으로 불송치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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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뉴스타파에서 지난 5월 열린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공판에서 권오수 회장 측이 제시한 김건희 여사와 증권사 직원 사이 통화 녹취록 내용을 공개함에 따라 윤 대통령 측도 여전히 수사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모양새인데, 이 녹취록에는 김 여사가 2010년 당시 증권사 직원과 통화하면서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매수 주문했다는 정황이 포함돼 있었으며 뉴스타파는 이를 꼬집어 “김 여사는 주가조작범 이모씨에게 계좌를 위탁했을 뿐이고 이씨가 독자적으로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매수한 것이란 대선 당시 윤 대통령의 주장은 거짓으로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이 뿐 아니라 민주당에서도 뉴스타파가 이날 공개한 녹취록을 거론하면서 “지난 대선 기간 내내 김 여사와 주가 조작은 전혀 관련 없다고 주장해온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도 허위사실 유포이고 공직선거법 위반”이라고 맞불을 놓으면서 “공정과 상식을 강조하는 윤 정부라면 응당한 처벌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김 여사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을 직접 했다는 증거가 나왔는데도 검찰이 또다시 무혐의 처분으로 넘길지 지켜보겠다”고 윤 대통령 측에 역공을 가했다.

그러자 대통령실에선 즉각 같은 날 오후 입장문을 내고 “일부 매체가 도이치모터스 관련 녹취록을 왜곡 해석한 후 ‘대통령이 거짓말을 했다’는 식으로 날조, 허위 보도한 데 대해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 위 녹취록은 이모씨에게 ‘일임 매매’를 맡긴 사실을 입증하는 증거임에도 일부 매체는 ‘주식 매매 절차’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왜곡 보도했다”며 “이모씨가 일임을 받아 매매 결정하고 증권사 직원에게 주문하더라도 증권사 직원은 계좌 명의인과 직접 통화해 그 내용을 확인하고 녹취를 남기는 게 의무”라고 해명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대통령실은 “법정에서 공개된 대화 내용을 보면, 증권사 직원의 전화에 (김) 여사는 ‘아, 전화왔어요?’, ‘사라고 하던가요? 그럼 좀 사세요’라고 대답한다. 이는 제3자(이모씨)가 증권사 직원에게 매매 주문을 먼저 하고, 증권사 직원이 여사에게 그 내용을 확인하면서 녹취를 남겼음을 입증하는 것”이라며 “이런 대화는 주식 매매 절차상 지극히 정상적인 것으로 (이모씨에게 일임 매매를 맡겼다는) 종전의 설명이 진실임을 뒷받침하는데도 마치 거짓 해명한 것처럼 왜곡 보도한 데 대해 강력한 법적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맞대응을 예고했다.

이처럼 이 대표 등에 대한 검경 측 기소에 맞서 민주당에서도 김 여사를 꼬집어 공세를 펼쳐 결국 대통령실과 진실공방까지 벌이는 지경으로 치달은 가운데 앞서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이 대표에 소환 통보했던 검찰이 똑같이 허위사실 공표 의혹을 제기한 이 보도와 관련해선 과연 어떤 반응을 내놓을지 추석 전부터 전면전으로 치닫고 있는 정치권에서 여야 모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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